2008. 10. 21. 08:18

Pilgrimage Trip

(글 길고, 사진이 많습니다. 성지순례에 관심있는 분은 재밌게 읽으시고 아니면 지루할 수도 있으니 사진만 재빨리~)

Pilgrimage Trip(4th~5th.Oct)을 다녀왔습니다.
Pilgrimage Trip (성지순례) - 종교적목적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여행을 말합니다. (저는 천주교..)
                       우리나라에서는 미리내 성지, 남양성모성지에 가봤고, 
                       세계적으로 스페인의 '산티아고의 길'이 성지순례지로 유명하지요.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라는 책이 '산티아고의 길'을 배경으로 한 책이며 파울로 코엘료의
                  데뷔작입니다. 파울로 코엘료가 이 길을 걷고 나서 작가의 꿈을 펼쳤다고 하네요. 그의 책에서 종교
                  적 성향이 나타나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순례자」또한 너무 재미있게 읽었구요. 제가 천주교라서 그런것은 아니고,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내 머리가, 내 마음이 설레임에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
                  또한 책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완소 문장들이 많이 들어있지요. 
                  에잉 성지순례지 말하다가 여행 얘기가 옆으로 샜네요 -_-;

성지순례 하는 당시에도 몰랐던 잘 몰랐던 사실들을 블로그에 정리하면서 알게 됩니다.
그 동안 제 블로그 사진에서 자주 보이던 니다로스 성당이 북유럽지역 성지순례길의 종점인가 봅니다.
맨날 성당 앞에서 사진이나 찍고 그랬지 그렇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성당인지는 몰랐습니다.

제가 이번에 성지순례한 길은 바로 아래에 보이는 Stiklestad부터 Nidaros까지 입니다.


대충 여정이..
첫날: 저는 Didaros가 있는 Trondheim살기 때문에 Trondheim에서 Stiklestad를 가기 위해 Verdal까지 기차.
         Stiklestad에서 Munkby Kloster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 못들어 Verdal에서 Levanger까지 기차.
         Leavanger역에 도착해 Munkby Kloster까지 걸어간 후 Munkby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잤구요..
둘째날: Leavanger에서 Vikhamar까지 기차를 탄 후, Vikhamar에서 부터 Trondheim의 Nidaros까지 걸었습니다.
이틀 동안 총 40KM 좀 넘게 걸었다고 하네요. 제가 이렇게 잘 걸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히히
(제가 언급한 몇 개의 도시들을 지도에 찍어 보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노르웨이에서 성지순례를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냐구요?
제가 다니는 성당의 학생 모임에서 가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게 해주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신부님(이탈리아계 노르웨이인), 예리(한국), Heinrich(독일), Martha(독일), Karoline(노르웨이), Honza(체코), Clarisse(아프리카 노르웨이), Daniele(이탈리아), Huy(베트남계 노르웨이인), Marie(베트남계 노르웨이인), 이름까먹은 처음 온 친구(독일) 총 11명입니다. 참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한마음으로 모였습니다.


게으름으로 웬만하면 요리를 안하는 제가 이번 여행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소고기김밥을 7인분이나 쌌습니다.

추운 날씨로 차갑게 굳은 김밥을 모두들 어찌나 맛있게 먹어주던지 너무 뿌듯했고 고마웠습니다. Clarisse는 김밥이 건강에 좋을 것 같다며 나중에 김밥만드는 법을 꼭 가르켜달랍니다.








Trondheim역에서 Verdal역까지 가는 기차안입니다.
저는 김밥만든다고 너무 일찍 일어나서 기차안에서 열심히 잤더라지요.
맨날 트론하임 도시에서만 놀다가 오랜만에 기차타니 잠을 자도 좋았습니다.

기차에 내려 걷기 시작.
운동을 좋아하긴 하는데 귀차니즘때문에 워낙 운동을 안해서 오래 걷는것 좀 걱정이 됐습니다.

나 혼자 방수 잠바, 방수 바지도 안 입었습니다. 슬리핑백도 없어서 신부님께 빌렸구요, 왼쪽 사진에 보다 싶이 1박 2일인데도 저렇게 가방을 큰거 가져갑니다. 저는 나름 큰거 가져간다고 가져왔는데 친구들의 1/3만한 크기였습니다. 저는 하이킹의 '하'자도 모르는 준비가 하나도 안된 느낌이었습니다.

친구들은 한국기술이 얼마나 발전했길래 그 조그만한 가방에 다 넣을 수 있었냐며 장난쳤습니다ㅎㅎ



119 KM til Nidaros. (여기는 Stiklestad)
Nidaros 성당까지 119 KM 남았다고 써있는 비석. 이 곳이 순례의 길임을 알려주는 표시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다들 happy happy


점심 시간이 다 되어 이 곳에서 잠시 짐을 푼 후, 저는 와구와구 먹었습니다.


Stiklestad에 있는 St. Olav의 Chapel(성당, 예배-미사 드리는 곳) 입니다.

이 쯤에서 St. Olav가 누군가 하면..

노르웨이 어디가나 St. Olav라는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트론하임만 그런가-_-;)
Olav는 1030년 7월 29일에 Stiklestad에서의 전쟁에서 전사했는데, 그는 천주교로써 노르웨이를 하나의 왕국으로 통합하는데에 그의 생을 바쳤습니다. 그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인(saint)으로 선언되었고, 그 시기에 수많은 순례자들이 Stiklestad와 그의 유골이 묻힌 Nidaros성당으로 순례를 하였습니다. - 참. Olav는 왕이었습니당.
(혹시 St.에 낯선 분들을 위해.. St.는 saint의 줄임말로 이름 앞에 St.가 붙어있으면 성인, 성자라는 뜻입니다. 성인은 되고 싶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생을 바탕으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천주교인들이 갖고 있는 세례명이 성인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 이구요, 제 세례명은 '린다'인데 인터넷에서는 도통 찾아볼 수 없는 분이시네요;; )


제 가방 보이시죠 ㅋㅋㅋㅋㅋ 저기 뒤에서 두번 째가 저 입니다.
슬리핑백은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하게도 Heinrich가 들어주었고요, 사진에서 보듯이 제 백팩은 남들 1/3만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방에 넣을게 없는데.. 엊그제 cabin trip을 다녀왔는데 또 저혼자 제일 작은 가방을 가져왔더라는;;
뭐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지만요.



Stiklestad에서 또다른 성지 Munkbey Kloster로 가기 위해 조금 위험하게도 찻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제가 걷다가 좀 느낀점이 있다면, 차들이 우리를 보고 멀리서부터 급격히 속도를 늦춘 후, 우리가 있는 쪽에서는 아예 반대차선으로 차를 몰고 갑니다. 한국도 그랬던가요? 당연한건가 -_-; 하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감동한 이유는 성지순례를 하면서 계속 생각났던 사고 때문인데요.
한국에서 어린 아이들이 성지순례한다고 국도를 걷다가 몇 명 죽고, 다친 그 뉴스 기억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이 뉴스 보고,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성지순례를 하다가 사고를 당한거라 너무 황당했습니다.
하느님이 제대로 보호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을 데려가셨는지.. 참 속상했던 사고였습니다.
만약 이 곳과 같은 운전자들이라면 아무 일이 없었을까, 그 순간을 상상하며, 아이들을 떠올리며 한참을 걸었습니다.

다른 성지로 가기 위해 지도를 열심히 보며 걸었지만 우리를 가로막은 강물때문에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모세처럼 강을 가로지른다고 아무리 막대를 두드려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_-;
한참을 걸어왔는데.............

이제는 정말 쉬고 싶다 할 정도로 많이 걸었지만, 지나가는 운전자에게 물어보니 다시 돌아가야 한다더군요.
좌절좌절 또좌절.. =ㅁ= 아악. 제 다리는 후들후들, 신발은 좀 작아서 발가락도 너무 아팠습니다.
하지만 싫다, 힘들다는 표정을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우리 신부님.. 완소 신부님 ㅠㅠ 아 너무 좋은 우리 신부님
신부님 얼굴만 보면 정말 기운이 솟아납니다. 그정도로 밝으시고, 재밌으시고, 힘이 넘지는 멋진 신부님입니다.





결국 우리는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길을 잘 못 택한 것이 20 km도 넘게 걷게 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성지순례라는 것이 원래 이런것이 아니겠어요 ㅎㅎ 마음을 수련해야져 ~

아까 사진 찍었던 곳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ㅎㅎ
워 ~ 저는 정말로 힘들어 죽는줄 알았는데 다들 never tired..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들에서 제가 살아남았다는 것이 참 기특했습니다.
선두주자는 아니었지만 항상 4~5번째로 열심히 따라 걸었어요 :)

원래 Munkby까지 걸어가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하고 Munkby가 있는 Levanger까지 기차를 타고 갔습니다.
신부님께서 미안했는지 우리 11명 기차비를 다 내주셨습니다ㅠ




Levanger 역에 도착해서 Munkby까지 또 열심히 걸었습니다.
Levanger에 도착하니 슬슬 어두워지고, 춥고,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어서 오들오들 떨면서 걸었습니다.
게다가 방수옷도 안입어서 제 잠바는 비를 열심히 흡수했더라지요.
이 성지 근처 한 유치원에서 잠자리를 제공해 주어 그 곳에서 하루를 묶을 수 있었습니다.
아늑하고, 따뜻하고, 씻을 수 있고, 요리도 할 수 있어서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원래 Martha가 준비하려던 파스타를
Dainele가 같이 준비해 파스타의 본고장 이탈리아 친구가 한 파스타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별거 없는 재료로 정말 맛있는 파스타가 탄생하더군요ㅎㅎ 왼쪽 사진에 있는 친구는 Dainele는 아니구요 그냥 독일인 친구입니다.

저는 저녁을 먹을 때 친구들의 가방 거대했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가방에 얼마나 먹을게 많이 들어있었던지, 이틀동안 5끼를 정말 풍족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날 저녁은 어떤 뷔페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신나게 먹었습니다.











다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재미난 얘기를 나누고..
그냥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한 자리에 있을 때, 마냥 행복합니다. 그냥 감사하기만 합니다.
성당 사람들 뿐 아니라, 이 낯선 곳 노르웨이에서도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게 해주시니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행복할 때마다, 한국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었던 그 순간 또한 생각나곤 합니다.
보고싶어영 ㅠㅠ



Munkby Kloster 성지. (Munkby Monastery)
오른 쪽에 보이는 돌이 교회의 일부분 입니다. 성당에 불이 났던 흔적이 있고, 옛 농부들이 이 곳의 돌을 가져다가 집을 짓느라고 남아있는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 고고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했나봅니다.
Munkby monastery was probably the world's most northern roman catholic monastery.라고 하는데 뭐가 most라는 건지;; 가장 북쪽에 있었던 수도원 이라는 건가요?


Munkby 성지를 떠나 Levager 역으로 가는 길.
걷다가 고개를 들면 바로 환상적인 그림이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볼 때마다 입이 벌어지는데요, 마치 수채화를 앞에 두고 끝없이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Leavanger에서 기차를 타고 Vikhamar역에 내려서 Trondheim에 있는 Nidaros까지 걸어왔습니다.
Vikhamar에서 한참을 걸으니 성지순례지임을 표시해주는 나무막대가 꽂혀있었습니다.
이 때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다들 지쳐있었는데 그 표시를 보자마자 다시 에너지 충전.
하지만 저는 여전히 흐물흐물 ~~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 했습니다.
나무 색깔이 너무 이쁘지요 ㅠㅠ

노르웨이의 가을이 좀 춥긴한데, 나무들이 넘 아름답습니다. 미술책에서만 보던 수채화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
















일요일 마지막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쉬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폭이 30cm 정도 되는 빌딩 앞에서 비를 피해 주욱~서서 다들 비에 젖은 채로 밥을 먹었습니다.
힘든 것도 재밌는 여행. 그냥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사실상 일반 여행이라기보다 성지순례이기 때문에 좀더 신앙심이 깊어지는 여행, 나를 찾는 여행, 생각하는 여행이 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의 길과 관련된 책을 읽고 그 곳으로도 성지순례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음.. 왠지 안 가게 될 것 같습니다 ㅎㅎㅎ
아직까지 성지순례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생각해야 되는지, 무엇을 위해 걸어야 하는지, 무엇을 기대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간 나의 신앙에 깨닳음이 있겠지요. 하하

이번 pilgrimage trip.. 그냥 또 한번 행복함을 감사하는 하루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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